파주 삼릉은 오래전부터 탐조 장소로 유명한 곳이다. 특히 여름에는 긴꼬리딱새가 번식하고 매년 팔색조와 호반새가 찾아오는 곳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31일 선생님들을 따라 나도 처음 삼릉에 방문하여 탐조했다.
삼릉의 일부 구역은 공사 중이었기에 들어가지 못하는 구간이 있었다. 역사경관림 정비(3차) 사업이 진행 중이었는데 알림판에 적힌 내용을 보니 수목 (B10~B50) 850주를 제거하고 하층식재 20,000제곱미터 이상을 제거한 뒤 어린 소나무 R6~8, R12를 심는다고 한다.
파주 삼릉은 소중한 문화유산인 동시에 긴꼬리딱새(멸종위기야생생물II급)가 번식하고 팔색조(멸종위기야생생물II급)가 방문하는 곳으로 생태적으로도 매우 귀중한 곳이다. 지난 5월 31일에 방문했을 때만 해도 앞서 언급한 두 새를 포함한 28종(솔부엉이, 되새, 호반새, 오색딱다구리, 쇠딱다구리, 청딱다구리, 되지빠귀, 호랑지빠귀, 흰눈썹황금새 등)을 관찰하였다.
삼릉의 원형을 보존하려는 문화재 전문가 입장에서는 소위 잡목을 제거하고 소나무로 교체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지만 새를 비롯한 숲 생명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숲의 식생이 다양하고 다층적 구조가 잘 형성되어 있어야 더 좋은 서식처로 기능할 수 있다. 일례로 긴꼬리딱새의 경우 R20이하의 활엽수에서 둥지를 트는 경향이 있으며 주변에 아교목이 많아 어둡고 다습한 곳이어야 한다(김영호 (2011) 긴꼬리딱새 Terpsiphone atrocaudata의 번식 생태에 관한 연구). 또한 고사목이나 나무의 고사지는 딱다구리류에게 꼭 필요한 공간이다. 그곳에서 번식하기도 하지만 쇠딱다구리, 아물쇠딱다구리 같은 새는 성인 손목 정도 두께의 고사지에서 자주 먹이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공원이나 숲에서 흔히 관리의 명목으로 잘리는 가지들이 이 새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다.
여름마다 삼릉을 찾는 새의 입장에서 매년 둥지를 틀던 숲이 전혀 다른 곳으로 바뀌어 먹이를 찾고 새끼를 키울 공간이 줄어든다면 새의 개체수는 줄고 벌레는 늘어 생태적 균형이 깨지게 된다. 결국 방제를 위해 화학적 생물학적으로 조치를 취하게 되는데 이런 식으로 해서는 결코 생태적으로 온전한 숲이 될 수 없다. 더군다나 이 공사가 긴꼬리딱새의 번식기인 5월부터 7월 사이에 행해졌다는 것이 큰 문제다.
2차 사업의 수리보고서에는 사업의 기본방향이 짤막하게 적혀있다. [파주 삼릉 역사경관림 내 식재된 소나무 중 기존 수목과 이질감, 생육 불량 등으로 보존 가치가 없는 수목을 제거하여 역사경관림의 가치를 증진시키고 경관을 개선하고자 함.]
경관적 입장에서, 수목의 생육 입장에서 잡목이나 고사목이 필요 없어 보일지 몰라도 생태계 전체를 보았을 때는 꼭 필요한 것들이다. 물론 문화재 측면에서 중요한 것도 있다. 그래서 조선왕릉 역사경관림 정비 계획의 특성을 연구한 논문(소현수, 이종근(2018))에서는 소나무 원형림에 대한 고집을 지적하면서 왕릉의 전 영역을 소나무림으로 바꾸는 계획이 생태적, 경관적으로 부적절하며 관련 기록과 왕릉의 현존식생을 고려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언급하였으며, '역사경관림'이라는 포괄적 개념으로 정비방향과 계획을 수립하기보다는 기능에 따라 구역(진입공간, 제향공간, 능침공간, 외곽숲)을 나누어 수립할 것을 제안하였다.
나로선 정비사업 보고서에 적힌 내용 중 여러모로 이해되지 않는 것들이 많았다. 기존 수목과 이질감이 있다는 것은 어떠한 과정을 통해 결정되는지, 결정 과정에서 어떠한 전문가가 몇 명 참여하는지, 생육 불량의 판별기준은 무엇인지, 기존 수목과 이질감, 생육불량으로 판정된 소나무 1000주를 제거하고 그 자리에 다시 소나무를 심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정비 산업의 기본 방향, 계획 수립과정에서 다양한 생물 분류군 전문가가 참여하여 사업 시행 전에 의견을 제시할 수는 없을지. 그래서 얼마 전에 의문이 가는 지점, 궁금한 점을 정리하여 문화재청에 민원을 넣었다. 한 주 정도 뒤에 답변받았는데 질문한 것에 대한 답은 거의 돌아오지 않았다. 다만 한국토지주택공사와의 협업을 통해 조선왕릉의 동·식물상과 생물서식지를 조사하여 생태자원을 활용한 생태특화공간을 구상하는 연구용역을 추진중에 있다 답변을 받았다. 재작년 문제가 되었던 장릉과 검단신도시가 떠올라 꺼림칙하였다.
벌써 8월이다. 긴꼬리딱새는 무사히 번식을 마쳤을까. 내년에도 이곳에 찾아올까.
파주 삼릉 역사경관림 정비(3차)사업
으슥한 숲 길